“‘혹시나’ 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
2024년 10월 23일(수) 2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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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만남이었다. 물론 ‘별로 먹을 게 없을 것이다’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혹시나’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지난 21일 회동은 이렇다 할 성과도,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서로 간의 멀어진 거리만 확인했을 뿐이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비서실장이 배석한 차담’으로 응대한 윤 대통령 반응에서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명태균이 공개한 김 여사와의 ‘철없이 떠들기만 하는 우리 오빠’ 카톡 문자가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 회동인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한 대표가 김 여사 이슈를 해소해야 한다고 던진 3대 요구를 대통령실은 외면했다. 회동 후 한 대표는 예상했던 브리핑도 하지 않고 집으로 가버렸다. 대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한 대표의 전언을 정리해 발표했다.
만남을 마치고 나온 한 대표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어땠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해가 다 진 상황이라서 제가 대표 표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라며 ‘깜깜’하다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결코 밝을 수만은 없었던 회동의 분위기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비서실장이 밝힌 한 대표의 요구사항은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과 김건희 여사의 이슈 해소, 여야의정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으로 모아진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정국의 핵이 되고 있는 김 여사 이슈의 해소였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가 사상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김 여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한 대표의 요구에 앞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대리 요구의 성격이 짙다. 한 대표가 장삼오사 서넛만 모여도 화제의 중심이 김 여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로 모아지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김 여사 문제를 털고 가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는 달랐다. 독대 거부는 물론 여당 대표에 대한 기본적 의전마저 갖추지 않았다. 두 사람 간 검사 시절의 상하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만남 후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사진이 이를 말한다. 무거운 표정으로 두 손을 탁자에 짚은 채 한 대표를 바라보는 장면이 이날의 면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요구와 관련해 “이미 집사람이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의욕도 많이 잃었다.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도 윤 대통령은 “(나는)인연을 딱 단호히 잘랐다. 하지만 아내의 경우 나와 달리 명 씨를 달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한 대표의 요구 자체를 탐탁찮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이른바 ‘김건희 관련 3대 요구안’을 다양한 경로로 공개한 것에 대해 그동안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연장선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한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여당 대표의 대우가 아니라 검사 시절의 상관을 만나고 온 듯, 유쾌하지 못한 대우를 받았다는 기분이었을 것이 뻔하다.
이번 회동에서 여권은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 간의 간극만 더 멀어졌다.
김 여사와 관련한 사항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은 만큼 당정관계는 물론 당 내부 친한- 친윤 간의 계파 갈등 등 한 대표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식물대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일이 쉽지 않는 일이겠지만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는 일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둘 다 쉽지 않는 길이지만 선택은 한 대표의 몫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과 함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에 쏠렸던 국민들의 시선이 이제는 한 대표의 행보에 맞춰지고 있다. ‘정치인 한동훈’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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