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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사항 없다’는 국민권익위의 자기부정
2024년 06월 13일(목) 09:44
서길원 大記者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는 부인을 통해 금품을 수수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아니면 공직자에게 금품을 건네려면 그의 부인에게 전달하면 탈이 없다는 것인가. 아연실색할 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이른바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그 것도 사건 신고가 접수된 지 약 반 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이날은 지극히 공교롭게도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비행기 트랩을 오르던 지난 10일이다. 권익위가 무리하게 시간을 끈 뒤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는 부인을 통해 금품을 수수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아니면 공직자에게 금품을 건네려면 그의 부인에게 전달하면 탈이 없다는 것인가. 아연실색할 뿐이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원석 검찰총장조차도 검사 3명을 투입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거듭 밝힌 사안이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김 여사가 명품백을 수수하는 장면을 전 국민이 지켜봤고, 또 사건의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데도 권익위는 ‘위반 사항 없다’고 맨손으로 하늘을 가렸다.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 권익위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할 뿐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권익위가 ‘걱정 마시고 다녀오시라’는 출국 환송 꽃다발을 대통령 부인에게 바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가 싶지만 청탁금지법은 엄연히 공직자의 배우자에게도 적용된다. 공직자에 대한 금품 제공이 배우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공직자 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 받기로 약속해서는 안 된다.’ 청탁금지법 제8조 4항의 규정이다.

그런데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받았다. 의혹이 아니라 이 사실을 전 국민이 목격했다.

더구나 김 여사와 최 목사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보면 김 여사는 최 목사가 자신에게 어떤 브랜드의 명품을 건넬지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국립묘지 안장 등을 요청했고, 이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과장 등과 연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을 넘어 알선수재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권익위는 앞으로 다른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의혹 사건도 이렇게 처리해야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그 일관성은 기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공직은 국민을 향해 충성하는 직업이지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곳이 아니다. 공직의 충성 대상이 윗사람을 향할 경우 윗사람 마저 수렁에 빠지게 된다. 권익위의 충성 대상은 국민인가, 인사권자인가 진지하게 묻고 싶다.
기자이름 대한기자협회 광주전남협회
이메일 jgkorea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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