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명분 상실한 문재인의 총리 이낙연 서길원 大記者 |
2025년 04월 30일(수) 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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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6·3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의 최근 행보를 두고 한 말이다. ‘사람이 어쩌다 저렇게 까지...’라는 안타까움이다.
이 상임고문은 다 알다시피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전남도지사를 거쳐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다. 국무총리 발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당시 호남에서는 그가 호남이라는 출신성분의 덕을 봤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는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물론 지나고 보면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능력과 하등 상관없는 감투라는 것을 확인하고 경험하게 되지만 그래도 당사자들은 무한한 영광일 것이다. 이 상임고문에게 총리까지의 과정은 대단한 관운이었지만 ‘운빨’은 거기까지였다.
총리를 그만두고 그는 내친김에 대통령이 되기 위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으나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패배한 뒤 ‘반이재명’으로 돌아섰다.
돌아갈 자리를 차 버린 이 상임고문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재기를 위한 여의도 입성을 노리며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민형배 의원에게 보란 듯이 대패했다. 민 의원이 76.09%를 득표한데 반해 4선의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13.8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민형배 의원은 ‘전 국무총리를 꺾었다’며 주가가 오르고, 그는 정치적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 대선에 출마한다고 한다.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일은 아니다. 장삼이사도, 우수마발도, ‘기도 고동’도 다 출마할 수 있고, 그게 민주공화국의 강점일테다.
하지만 ‘장삼이사나 우수마발, 기나 고동’의 출마는 헤프닝일 뿐이다. 기껏해야 ‘생뚱’이다. 이 상임대표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대선출마야 본인의 자유의지에 속하겠지만 최소한의 정체성은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즉, 장난으로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지는 하는 명분은 있어야 한다.
이 상임대표는 대선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단일화 여지를 열어두면서 ‘반이재명 빅텐트’ 참여를 시사하고 있다.
그가 누린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국무총리는 개인이 아닌 민주당이라는 간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감투다. 그런 그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은 실종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자기부정이다.
‘이재명이 대통령하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는 반감이 대통령이 될 이유여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이 내란으로 탄핵 된 윤석열 정부의 총리와 손을 잡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용렬한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칙도 명분도 없다. 우수마발도 쉽게 그러지는 않는다.
물론 민주당 내에 자신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은데다 ‘스스로 거물’인 자신의 정치적 소멸을 견디기 어려워했을 수도 있다. 그런 심사를 헤아리더라도 자신을 부인하면서 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경계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출마할 용기보다 소멸할 용기가 더 필요할 때도 있다.
그가 동아일보 초년 기자 시절, 전두환 미화 기사를 쓸 바에야 펜을 꺾었어야 하듯이 때로는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멋져보일 때가 있다. 항상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사람이, 입을 닫아 말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안타까울 뿐이다.’ 그가 그래도 한 때는 전남도지사를 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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