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의 승패... "윤의 반면교사에 달렸다"

서길원 大記者

2025년 04월 10일(목) 14:22
서길원 大記者
“민심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바로 오만과 군림이다.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바로 오만과 군림의 이미지로 범벅 됐고, 결국 그와 국민 모두의 비극을 초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면서 정치권이 조기대선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조기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일로부터 60일 이내로 치러지는 만큼 오는 6월 3일이 유력시된다. 이른바 ‘장미대선’이다.

대통령 파면에 따른 선거라는 특성상 당연히 ‘정권교체’와 ‘정권유지’가 충돌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대선후보로 인식돼온 이재명 대표의 1강 체제가 더욱 확고히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일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장관이나,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총리, 호남의 차세대 리더를 꿈꾸는 김영록 전남지사 등 여타 인물들이 나설 수 있으나 대세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직전까지도 윤 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숨죽이고 있던 대선 도전자들이 언땅 녹으며 풀들이 얼굴을 내밀 듯 군웅활거 시대를 맞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안철수 의원 등이 뚜렷한 강자 없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덕수 총리 영입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마저 당론으로 정하지 못하고 ‘찬탄반탄’논란의 갈등까지 겪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절대 1강’의 민주당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지만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2개월 여간 정국의 흐름은 예상치 못한 격랑을 맞을 수도 있다.

한곳에 잠시도 머물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민심은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후보는 물론 당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중도 하차한 것도 민심을 거슬렸기 때문이다. 민심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오만과 군림이다. 윤 전 대통령이 국정 스타일이 바로 오만과 군림의 이미지로 범벅 됐고, 결국 그와 국민 모두의 비극을 초래했다. 민주당이 장밋빛이 감도는 장미대선을 앞두고 입 단속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사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년 정당,어쩌구저쩌구’하다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지난 4·2 담양군수 재선거는 호남의 민주당에 대한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조국혁신당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했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까지 지원 유세에 나섰으나 패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16 재보선에서도 영광군수와 곡성군수를 배출하기는 했지만 혁신당과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며 신승을 거뒀다. 호남은 사실상 민주당을 지탱하는 근간이자 뿌리이지만 일당체제가 장기화 되다보니 오만해지고 군림하려한다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윤 전 대통령의 탄핵과 동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는 데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이유는 민주당이 적어도 ‘호남에서는 오만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담양군수 재선거와 관련 “담양의 민심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인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많은 호남의 시민들께서 ‘매번 민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지만 정작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내려주셨다”고 고개를 숙인 것도 이러한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는 투표성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오만과 군림을 버려야 한다.
물론 정치인에게 오만과 군림을 버리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교훈으로 삼지 못한다면 여당이건, 야당이건 차라리 대선을 포기하라. 장미대선의 승패는 윤 전 대통령의 반면교사에 달렸다.
기자이름 대한기자협회 광주전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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