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자기부정 |
2024년 12월 18일(수) 1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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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 수괴 피의자로 전락, 탄핵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구속 수감의 기로에 섰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어떤 국가를 꿈꿨을까. 그리고 어떤 대통령이 되고자 했을까. 그의 지난 2022년 5월 10일, 취임사를 찾아 다시 읽어 보았다. 읽다가 놀랐다. 그가 오늘의 자신이 처한 현실을 미리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하여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시절 TV에 출연, 전 국민을 향해 손바닥에 쓰인 왕(王)자를 들어 보일 때부터 따라 다니던 ‘주술’이 ‘대통령 취임사’까지 따라붙었나 싶어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취임사처럼 그는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를 일으켰고, 모든 자유 시민이 연대하여 그를 탄핵했다.
그는 또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로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를 꼽았다. 이어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이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고 과학과 진실에 의한 조정과 타협보다는 군을 동원 국민을 제압하고자 했다. 확증편향의 음모론에 빠져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제일 먼저 투입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았다.
그의 “저는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취임사와 달리 그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무너뜨렸고, 이제 ‘그가 없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국민들이 다시 세워나가고 있다.
그는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지만 철저히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일관하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비상식 대통령’의 끝을 보여주며 몰락했다. ‘공정’의 가치는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무너졌다. 부인인 김건희 씨의 학력·경력 허위 기재 논란은 취임 후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이어졌고, 명품가방 수수 및 숱한 공천개입 의혹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인을 철저히 감싸며 대통령보다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역할에 충실했다.부인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서도 ‘박절’ ‘매정’같은 단어를 쓰며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평생 검사를 지낸 대통령이 법이 아닌 감성적 단어로 사과하면서도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의 ‘공정’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은 ‘내로남불’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고개를 더 끄덕이고 국민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지만 그는 ‘선수가 경기 중에 점수판을 보느냐’며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이해시키고 협조를 끌어내기보다는 적으로 돌렸고, 그 결과가 12·3 비상계엄으로 나타나 자신을 몰락시키고, 국민들을 한겨울 추위 속에 광장으로 나오게 했다.
그에 대한 탄핵 심판의 최종 단계가 남았으나 국민들의 심판은 이미 끝났다. 그가 꾸적 꾸적 어지럽힌 나라를 다시 세우는 일만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소신이 얼마나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가를 국민들이 생뚱맞은 12·3 비상계엄을 통해 확인했다. 이제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정치판을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 길은 결코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권력 유지에 있다’고 믿는 작금의 여·야 정치인들이 여전히 남아 권력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은 정치인이 아닌 국민의 몫이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게 국민이 나서 선거판과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잘못 진단하면 환자 한 사람이 다치지만 정치인이 잘못하면 국민을 죽이고 나라를 망친다. 진짜 제대로 된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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